정말이지, 내가 왜 이렇게 우울한지 나도 모르겠네. 지겨워 죽겠어. 자네들도 지겹다고 하지. 그런데 이 우울을 어디서 얻었는지, 어쩌다 마주쳤는지,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어디서 태어난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단 말이야. 이 우울 때문에 나는 이렇게 얼빠진 사람이 되어서, 내가 나를 알아보기도 힘들 지경이야.
(사이)
아니, 내 화물 걱정이 아니야. 다행히 내 물건은 배 한 척에 다 실려 있지도 않고, 한 군데로만 가 있지도 않아. 내 전 재산이 올 한 해 운수에 걸려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러니 장사 때문에 우울한 건 아니네.
(사이)
사랑이냐고? 허, 그것도 아니야.
(사이)
그럼 뭐냐고 하면 — 슬프지 않은 게 아니니, 슬프다고 할 수밖에. 그라시아노, 나는 이 세상을 그저 세상으로만 보네. 누구나 저마다 배역 하나씩을 맡아서 연기해야 하는 무대로 말이야. 그리고 내 배역은... 슬픈 역이야.
(손을 내려다본다)
왜인지는 묻지 말게. 그 답은 나도 아직 배우는 중이니까. 자네들이 웃고 떠드는 동안, 나는 그저 이 알 수 없는 무게를 지고 서 있을 뿐이야. 어디서 온 짐인지도 모르는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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