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 — '스물두 가지 불행'이라 불리는 사무원이 자신의 불운을 지극히 진지하게 한탄하는 장면.
연기 포인트 — 본인이 진지할수록 웃음이 커지는 소극적 코미디이므로 절대 웃기려는 티를 내지 말 것.
독백 전문
(꽃다발을 들고 들어오다 의자에 부딪힌다) 아. (사이) 그저께 장화를 새로 샀는데 말입니다, 감히 장담하건대, 어찌나 삐걱거리는지 도무지 가망이 없습니다. 뭘 발라야 좋을까요? (사이) 저한테는 매일같이 무슨 불행이든 꼭 일어납니다. 하지만 전 불평하지 않습니다. 익숙해져서, 웃기까지 하죠. (지극히 진지하게) 전 제 운명을 압니다. 운명은 저를 인정사정없이 다룹니다. 폭풍이 조각배를 다루듯이 말입니다. 만에 하나 제가 착각하는 거라면, 그렇다면 왜, 예를 들어, 오늘 아침에 눈을 떠 보니 제 가슴 위에 무시무시하게 큰 거미가 앉아 있었겠습니까? 이따만 한 놈이요. (두 손으로 크기를 보여 준다) 또 크바스를 마시려고 잔을 들면, 그 안엔 어김없이 뭔가 지극히 점잖지 못한 것이, 이를테면 바퀴벌레 같은 것이 들어 있단 말입니다. (사이) 전 교양 있는 사람입니다. 훌륭한 책들을 여러 권 읽었습니다. 버클도 읽었죠. 그런데도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정확히 말해서, 제가 원하는 게 사는 건지, 총으로 자살하는 건지, 그 방향을 말입니다. 그래서 만일을 대비해 항상 권총을 지니고 다닙니다. 여기 있습니다. (권총을 꺼내 보인다. 사이) 아브도치야 표도로브나, 실례를 무릅쓰고... 두어 마디만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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