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 — 유명 작가 뜨리고린이 니나에게 글쓰기에 강박적으로 쫓기는 자신의 삶이 얼마나 공허한지 털어놓는 장면
연기 포인트 — 성공한 사람의 권태와 자기연민을 과장 없이, 담담한 고백 속에 스미게 하는 절제가 핵심
독백 전문
멋진 생활이라고요? (쓴웃음) 밤이고 낮이고 한 가지 생각이 나를 붙들고 놓아주질 않아요. 써야 한다, 써야 한다, 써야 한다. 한 편을 겨우 끝내기가 무섭게, 왜인지 벌써 다음 것을 써야 하고, 그다음, 또 그다음... 역참에서 말 갈아타듯 쉴 새 없이 쓰는 겁니다. 달리 어쩔 도리가 없어요. 그게 뭐가 멋지고 눈부신 인생입니까? 지금 이렇게 당신과 이야기하면서, 마음이 설레면서도, 단 한순간도 잊지 못해요. 끝내지 못한 소설이 저기서 나를 기다린다는 걸. 저기 피아노를 닮은 구름이 보이죠? 보자마자 생각합니다. 어디 소설에 써먹어야겠다, '피아노를 닮은 구름이 흘러갔다'고. 헬리오트로프 향기가 나면 얼른 머릿속에 적어 두죠. 달착지근한 향, 과부의 빛깔, 여름 저녁 묘사에 쓸 것. 내가 뱉는 문장 하나, 단어 하나까지 죄다 낚아채서 문학 창고에 처넣는 겁니다. 언젠가 쓸모가 있을 테니까! (사이) 쓰고 있을 때는, 그래요, 즐겁습니다. 교정쇄를 읽는 것도 좋아요. 그런데 인쇄되어 나오는 순간 — 견딜 수가 없어요. 벌써 이건 아니다, 실수다, 애초에 쓰지 말았어야 했다 싶고, 화가 나고, 마음은 바닥까지 가라앉죠. 그러면 독자들이 읽고 말합니다. '음, 그래, 좋지. 하지만 톨스토이하곤 다르지.' 내 무덤 앞에서도 사람들은 이렇게 말할 겁니다. '여기 뜨리고린 잠들다. 좋은 작가였다. 하지만 뚜르게네프만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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