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 — 진흙탕 신혼길에서 얼어붙은 몸으로 도착한 하인 그루미오가 미친 주인을 모시는 서러움을 불 좀 피워달라며 쏟아내는 장면.
연기 포인트 — 추위와 피로를 몸의 감각으로 먼저 보여준 뒤, 억울한 수난담을 이야기꾼의 해학으로 풀어내는 균형이 핵심이다.
독백 전문
에잇, 빌어먹을 지친 말들, 미친 주인들, 진창길 같으니! 이렇게 두들겨 맞은 놈이 세상에 또 있을까? 이렇게 흙탕물을 뒤집어쓴 놈이? 이렇게 지친 놈이? 나더러는 먼저 가서 불을 피워 놓으라 하시고, 당신들은 뒤에 오셔서 몸을 녹이시겠단다. 내가 작은 냄비라 금방 달아오르는 몸이기에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입술은 이빨에, 혀는 입천장에, 심장은 뱃가죽에 얼어붙었을 거다. 불을 피워 몸을 녹이기도 전에 얼어 죽게 생겼어.
(외친다)
어이! 커티스! 불! 불 좀 피워! 물은 됐고, 불!
(사이)
새 마님이 어떤 분이냐고? 오는 길 꼴을 봤어야지. 진흙투성이 언덕을 내려오다가 마님의 말이 고꾸라졌어. 마님이 말 밑에 깔렸는데, 그 진창이 얼마나 깊던지! 그런데 우리 나리는 마님을 꺼내 드리는 게 아니라, 말이 넘어졌다고 나를 두들겨 패는 거야. 마님이 진흙을 헤치고 건너와서 나한테서 나리를 떼어 놓으셨지. 나리는 욕을 퍼붓고, 마님은 난생처음인 듯 싹싹 빌고, 나는 울고, 말들은 달아나고, 마님 고삐는 끊어지고, 내 밀치끈은 없어지고 — 그 밖에도 기억할 만한 일이 잔뜩 있었지만, 다 잊혀서 나랑 같이 무덤에나 가겠지.
자! 불 피우고, 저녁 차리고, 하인들 새 옷 입혀라! 나리 내외분이 다 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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