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 — 하인 장이 백작 영애 줄리 앞에서, 어린 시절 담장 너머로 그녀를 훔쳐보며 동경했던 이야기를 털어놓는 장면 — 신분의 벽과 감춰둔 욕망이 함께 드러나는 고백
연기 포인트 — 동경으로 시작해 원한으로 물드는 이중의 결. 매·독수리의 거리를 몸으로 재게 하되, '그게 당신이었어요'에서 판을 뒤집어라 — 낭만적 회상이 아니라 그녀 앞에 놓는 무기다. 아름답게 말할수록 밑에 깔린 계급의 분노가 배어나야 한다. 마지막 '헛된 일'은 체념이 아니라 이미 계산을 끝낸 자의 서늘함으로.
독백 전문
당신은 높은 곳에 사는 사람들이 밑바닥에서 어떻게 보이는지 아십니까? 모르시겠죠. 매나 독수리처럼 보입니다. 등짝은 좀처럼 안 보이죠, 늘 저 위로 날아오르니까.
나는 형제자매 일곱과 돼지 한 마리와 함께 나라가 던져준 오두막에서 자랐습니다. 나무 한 그루 자라지 않는 황무지였지만, 창밖으로는 백작님 정원의 사과나무들이 담장 위로 솟아 있었죠. 그게 나에겐 낙원의 동산이었습니다.
어느 날 나는 장미 화단 쪽에서 흰 드레스에 흰 양말을 신은 사람을 보았습니다. 그게 당신이었어요. 나는 엉겅퀴가 찔러대는 잡초 더미 밑에 숨어, 축축한 흙바닥에 엎드려 장미 사이를 걷는 당신을 바라보았습니다.
십자가의 도둑도 천국에 들어갔다는데, 어째서 이 가난뱅이 아이는 백작 따님과 함께 뛰놀 수 없는 걸까. 그날 밤 나는 방앗간 둑에 옷을 입은 채 몸을 던졌습니다. 끌려 나와 매만 맞았죠.
당신은 닿을 수 없는 사람이었지만, 그 환영을 통해 나는 내 태생을 뛰어넘는 게 얼마나 헛된 일인지 깨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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