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나를 욕되게 하지 마. 그건 언니 자신을 욕되게 하는 거야. 나를 이렇게 종처럼, 노예처럼 묶어 놓다니. 이 손부터 풀어 줘. 옷이든 장신구든 언니 마음에 드는 게 있으면 뭐든 벗어서 줄게. 속치마라도 벗어 줄게. 시키는 일은 뭐든 할게. 손윗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쯤은 나도 잘 아니까.
(사이)
구혼자들 중에 누구를 제일 좋아하느냐고? 언니, 믿어 줘. 나는 아직 살아 있는 어떤 남자에게도 마음을 준 적이 없어. 정말이야. 혹시 그분 때문이라면, 언니가 그분을 좋아하는 거라면, 맹세할게. 내가 나서서 언니가 그분을 차지하도록 도와줄게.
(사이. 자세를 고쳐 앉으며)
그리고 선생님들, 두 분 다 저를 두 번 욕되게 하시는군요. 어느 수업을 먼저 받을지, 그 선택은 제 몫인 것을 두고 서로 다투시다니요. 저는 학교에서 회초리 맞는 어린 학생이 아니에요. 정해진 시간에 묶이지도, 짜인 순서에 매이지도 않겠어요. 배우는 것도 제가 원하는 대로, 제 마음에 맞게 배우겠어요. 자, 그러니 그만 다투시고 여기 앉으세요. 음악 선생님은 그동안 악기나 조율해 두시고요. 조율이 다 되기도 전에 이쪽 강의가 끝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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