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를 저으며) 어쩐지 나는 당신 말을 온전히 믿기가 힘들어. 사람들이 하는 말도 자꾸 마음에 걸리고... 오늘은 하루 종일 가슴이 답답해. 꼭 무슨 나쁜 일이 터질 것만 같아. 페펠, 그런 무거운 이야기는 꼭 오늘 안 해도 되잖아. (한숨) 내가 당신을 따라가서 당신 아내가 된다고 해서 뭐가 달라질까. 나한테 좋은 삶이란 게 있을 것 같지가 않아. 어릴 때부터 나는 늘 얻어맞고 욕먹으며 자랐어. 아무도 나를 사람으로 봐 주지 않았어. 언니는 나를 짐승처럼 부리고, 형부는 매일같이 손찌검을 하지. 그런 데서 크면 사람이 아무것도 바라지 않게 돼. (조용히) 나는 그냥 여기가 아닌 곳으로 가고 싶을 뿐이야. 누가 나를 끔찍이 아껴 주길 바라는 게 아니야. 그냥 아무도 나를 때리지 않는 곳이면 돼. 그게 내가 바라는 전부야. 그런데 그것조차 없을 것 같아서 무서워. 당신은 좋은 사람이지. 하지만 좋은 사람도 이 밑바닥에서는 금방 망가지고 마니까.
이 작품은 저작권 보호기간이 만료된 퍼블릭 도메인입니다. 자유롭게 연습·공연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