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 — 남편이 죽은 줄 알고 의붓아들 히폴리트에게 금지된 사랑을 고백한 뒤 차라리 자신을 베어 달라 애원하는 장면.
연기 포인트 — 갈망과 자기혐오가 한 호흡 안에서 충돌하므로 고백의 격정과 수치의 낙차를 단계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독백 전문
그래요, 왕자님. 나는 테제를 그리며 애태우고, 불타고 있어요. 하지만 지금 저승을 헤매는 그 사람이 아니에요. 젊고, 도도하고, 조금은 사나웠던, 처음 크레타에 왔을 때의 테제. 우리 신들을 그려 놓은 것 같던 그 모습 — 아니, 지금 내 눈앞에 서 있는 당신의 모습이에요. 그이는 당신의 눈빛을, 당신의 말투를, 그 기품을 지니고 있었죠.
아, 왜 당신은 그때 크레타에 오지 못했나요? 괴물을 베는 건 당신이었을 텐데. 그 미로에서 실타래를 쥐여 준 게 언니가 아니라 나였다면 — 아니, 실 따위로는 모자라요. 나라면 당신보다 앞서 미로 속으로 걸어 들어갔을 거예요. 당신과 함께 살아 나오거나, 함께 길을 잃거나.
(사이)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한 거죠. 들으셨죠, 왕자님. 그래요, 나는 당신을 사랑해요. 하지만 내가 스스로 떳떳한 줄 안다고는 생각지 마세요. 이 저주받은 사랑은 신들이 내 핏줄에 내린 형벌이에요. 당신이 나를 혐오하는 것보다 나는 더 깊이 나 자신을 혐오하니까.
(무릎을 꿇는다)
자, 복수하세요. 이 가증스러운 사랑을 벌하세요. 당신 아버지에게 어울리는 아들답게, 이 괴물을 세상에서 지워 버려요. 테제의 아내가 감히 그 아들을 사랑한다니! 이 무서운 괴물이 당신 손을 빠져나가게 두실 건가요? 자, 여기 내 심장이 있어요. 당신 손이 더러워지는 게 싫다면, 칼을 빌려 주기라도 하세요. 이리 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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